
사연 내용
(2023.10.26. 조담소 유혜진 변호사출연).

전과사실을 속인 경우 혼인취소가 가능한지 여부
1. 남편의 전과사실을 몰랐다면 이혼사유에 해당하는지.
우리나라 민법은 제840조 제6호에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배우자인 남편이 전과 사실, 즉 범죄경력을 속여 큰 배신감이 들었을 겁니다.
이렇게 부부관계의 신뢰가 무너지고 이로써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게 되었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에 해당합니다.
2. 전과사실을 속인 경우, 혼인취소가 가능한지.
민법은 이혼 외에도 제816조에서 혼인취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즉,
① 부모나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혼인에 서 동의를 받지 않았을 때,
② 근친혼 또는 중혼을 하였을 때,
③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 대사유가 있음을 알지 못하였을 때,
④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 표시를 한 때
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거나 혼인 중 임신하게 되면 더 이 상 취소를 청구할 수 없습니다.
3.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취소’에 해당할 수 있을까요.
법원은 정신병이 있다는 사실을 숨겼거나, 당사자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를 일으킬 정도로 자신의 가족관계, 학력 등에 대하여 거 짓말을 하였을 때 혼인취소사유로 보았습니다. 또한, 2차례 결혼하여 자녀가 있는 사람이 미혼이라고 하고, 상업전수학교만을 졸업하 였음에도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였다고 거짓말한 경우에도 사기를 이유로 혼인의 취소를 인정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 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그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면,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남편이 결혼 전 학벌과 소득을 과장한 것만으로는 '적극적인 허위사실 고지' 등 위법한 수단이 수반된 사 기라고 보기 어려워 혼인취소사유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남편이 성폭력 전과 등 중대 사실을 알리지 않 고 침묵한 것은 소극적인 기망행위이긴 하지만 혼인취소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고, 배우자인 사연자의 지인에 게까지 유사 강간을 저지르는 등 죄질도 안 좋아서 혼인 파탄의 책 임이 전적으로 남편에게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최근의 판례에서는
최근 전주지방법원에서 나온 판결을 소개해드리자면, 올해 한 탈북여성이 남편을 상대로 혼인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승소하였고, 800만 원의 위자료도 인정받은 판결이 있습니다(전주지방 법원).
이 탈북여성은 한국에 와서 인터넷 중매사이트를 통해 남편 을 만나 결혼했는데요, 남편이 24시간 발찌를 차고 있는 것을 이상 하게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다른 범죄 전력이 있어서 발찌를 차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탈북여성은 남편이 10년 전 특수강제추행, 특수 강도강간 등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혼인취소를 청구하였는데요.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범죄경력은 혼인을 결 정하는 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유로, 아내가 관련 사정을 알 았더라면 혼인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남편은 혼인신고 당시 원고에게 자신이 부녀자들을 강제추행하거나 강간한 범죄사실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던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판 결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좀처럼 인정되지 않는 혼인 취소가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며, 변화한 시대상을 반 영하였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5. 혼인취소판결이 나오면, 결혼한 기록도 깨끗하게 지워지는지.
혼인취소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 혼인의 효력은 장래를 향해서만 소멸합니다. 다시 말해 과거의 결혼 자체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혼인관계증명서의 기록도 그대로 남아있고,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지위는 여전히 인정됩니다. 이는 혼인의 무효가 인정되면 자녀가 혼인외 출생자로 인정되고, 기록도 없어지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또한, 혼인 취소는 결혼을 실패하게 된 원인이 일방적인 피해 때문이라는 것을 법원을 통해 인정받는 셈입니다. 따라서 이혼보다는 혼인 취소가 피해자에게는 나은 판결로 꼽힙니다.
6. 혼인취소 진행함에 있어서 유의할 점.
핵심 정리
- 혼인취소청구권의 경우 청구기간이 민법에 정해져 있어, 그 기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혼인 의 경우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혼인신고 시점에 결혼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악 질적인 사유, 즉 사기나 강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입증해야 취소 사유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따라서 그 요건 이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데요, 그렇다 보니 정식 혼인관계가 아닌 사실혼 등의 관계라면 더 인정받기가 어려울 수 있고, 위자료 분쟁 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같이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