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연 내용
① 몇 해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다가 주변의 소개로 한 남성을 만나게 되었음. 그 남성도 아내와 사별해서 슬픔을 공유하다 보니 가까워지게 되었고, 만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부터 우리 집에서 동거를 하게 되었음. 남성과는 서로 ‘여보’라고 부르면서 지내고 있고,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부부 같음.
② 얼마 전에 같이 저녁을 먹다가 슬쩍 혼인신고를 할 지 물어봤는데, 상대방은 그건 천천히 해도 되니 나중에 생각해 보자고 하고 대화 주제를 돌렸음. 상대방에게는 자식이 둘 있는데, 평소에 모든 일을 자식들과 상의해서 처리하고 자주 연락하는 모습을 봐왔다 보니, 아무래도 자식들 때문에 그러는 것 같음.
③ 어느 날 잠시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가니 상대방이 방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음.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혼인신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았고, “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알겠어. 안 할게.”라고 하는 말이 들렸음. 아무래도 자식에게 나와의 관계를 말하고 혼인신고 얘기를 했다가 싸우게 된 것 같았음. 나는 일단 모른 척하고 거실에 있었음.
④ 그날 저녁에 상대방과 얘기를 하게 됨. 상대방은 자식들 얘기는 하지 않고, 그냥 우리가 부부로 살면 되지 불편하게 무슨 신고까지 하냐, 우리는 사실혼이다 라고 하면서 나를 달래려고 했음. 나도 꼭 혼인신고를 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자식들 뜻에 따르려고 하는 상대방에게 조금 섭섭하기는 하였음. 상대방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도 우리는 부부이고, 들어보니 사실혼도 다 재산분할하고 그런다, 법적인 부부와 똑같다고 하더라 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지 궁금함.

사실혼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사실혼과 법률혼이 정말 똑같은지
요즘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혼인 생활을 하는 사실혼이 부쩍 많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사연자 님께서도 사실혼의 효력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혼은 혼인의 실질적 요건은 충족하였지만, ‘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혼인을 말하는데요.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만큼, 사실혼이라고 하더라도 혼인신고를 전제로 한 혼인의 효과들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혼 부부도 법적인 부부와 똑같다는 것은 잘못 알고 계신 부분입니다.
인정되지 않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가장 대표적인 것은 친족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과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있겠습니다. 또한, 사실혼 부부에서 출생한 자녀는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되어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됩니다.
이 외에도 미성년자가 혼인했을 때 성년으로 간주되는데 사실혼에서는 그렇지 않는다거나 중혼 금지의 예외에 해당한다는 등 여러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사실 많이 일어나지는 않는 사례들이구요. 사실혼에서 가장 많이 문제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자녀가 혼인 외 출생자가 된다는 것과 친족관계가 발생하지 않고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혼외자 문제의 경우는 아버지가 혼외자를 자신의 자녀로 인지하면 친자관계가 형성되고 아버지의 본과 성을 따를 수 있게 되기는 하는데요. 친족관계나 상속권 인정 문제는 혼인신고로 형성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사실혼에서 인정되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혼인의 실질적 요건, 즉 부부공동생활을 전제로 하는 것들은 대부분 사실혼에서도 인정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부부간의 동거의무, 부양의무, 협조의무, 정조의무와 같은 의무들이 인정되구요. 부부간 일상가사대리권도 인정이 됩니다.
그리고 사실혼이 해소되었을 때, 어느 일방 당사자에게 유책사유가 있다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고, 재산분할 청구도 할 수가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되는 것이 특이한데
네. 재산분할은 부부재산에 대한 청산의 의미를 갖고, 부부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혼에서도 인정이 됩니다. 어떻게 보면 상속도 그렇지 않냐 라고 생각하실 수가 있는데요. 생존시 사실혼이 해소되는 것과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되는 것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로 사실혼에서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 판례는 사실혼에서 상속은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사실혼이 인정될 수는 있는 것인지
사실 이 사건에서 사실혼이 인정될지도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사실혼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혼인의 모든 실질적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혼인신고라는 형식적 요건만 갖추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 대법원은 사실혼이 성립되기 위해서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또 객관적으로는 사회통념상 가족질서의 면에서 부부 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는 경우에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판례에 의하면, 만약에 사연자 님과 동거하고 있는 남성분이 혼인의 의사로 동거했다고 인정하더라도 곧바로 사실혼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도 외부에서 부부의 실체가 있다고 볼 수 있어야 하는데요. 사실혼 인정 여부에 관한 판례들을 살펴보면,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결혼식을 올렸는지 아닌지인 것으로 보입니다. 결혼식을 올리면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까지, 그러니까 외부에 우리가 부부라는 것을 공시하는 셈이 되죠. 그래서 결혼식을 올렸다면 거의 대부분 사실혼이 인정됩니다. 그리고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가족끼리 상견례를 했다던가 출산을 했다는 것도 객관적인 혼인의 실체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연자 님의 경우에는 결혼식을 했다거나 가족들끼리 상견례를 한 것도 아니어서 만약에 사실혼인지 아닌지로 다툼이 생겼을 때, 사실혼이 아닌 단순한 동거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