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연 내용
결혼한지 10개월만에 성격차이가 너무 심해서 별거 중입니다. 도저히 아내와 함께 살 수가 없어요. 서로 부부로서의 신뢰관계는 이미 없어졌고, 앞으로도 아내와는 절대 함께 살아갈 수 없다고 느낍니다. 아내는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저의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습니다. 같이 있으면 너무 싸우기만 해서 질려버렸습니다. 아내는 자기가 ADHD가 있고, 오랜기간동안 우울증을 앓아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하면서 저더러 다 이해하고 견뎌야한다고 하더라구요. 너무 이기적인 발언이어서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런 걸 혼인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아내는 저에게 학자금대출이 남아있는 것을 알고서는 저한테 사기결혼을 당했다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왔습니다. 혼인을 취소하고 싶습니다. 결혼생활이라고 해봤자, 겨우 10개월밖에 안됩니다. 너무 억울해서 들어간 결혼식 및 신혼여행 비용, 예물, 신혼집 공사비, 가전, 가구에 들어간 비용 전부를 돌려받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가. 혼인취소사유
민법 제816조는 혼인취소 사유를 정하고 있습니다. 제1호는 ‘혼인적령이 되지 못한 경우, 미성년자여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받지 않은 경우, 근친혼인 경우’이고, 제2호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입니다.
나. 제2호 소정의 사유
‘악질’이란 고치기 힘든 나쁜 병, 악병을 말합니다. 제2호 소정의 사유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사유 있음을 알지 못한 때’에 해당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이 무엇인지, ‘기타 중대사유’에는 무엇이 포함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 판례는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도덕 및 풍속상 정당시되는 결합을 이루는 법률상, 사회생활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서 본질은 양성 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할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가능 여부는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관한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사유와는 다른 문언내용 등에 비추어 민법 제816조 제2호의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엄격히 제한하여 해석함으로써 그 인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부생활에 배우자의 성기능 장애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많고, 설령 배우자에게 성염색체 이상과 불임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혼인취소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연자의 경우, 혼인 전에는 몰랐는데 상대방 배우자가 장기간 ADHD나 우울증 등의 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질병은 불치 혹은 치료가능성이 없는 병이 아니므로‘악질’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사유’로도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사안의 경우 질병으로 인하여 소통에 문제가 발생하였다기보다는 단지 서로가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았던 것이 더욱 큰 원인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 제3호 소정의 사유
제3호 소정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의 ‘사기’에는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됩니다.
그러나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는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 이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 여부,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서 고지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개별적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대법원 2016. 2. 18. 선고 2015므654, 661 판결 참조).
사연자의 경우, 학자금대출이 있었는데 이를 아내에게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이 때에도 상대방이 묻지도 않았는데 빚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혼인취소사유가 인정된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채무액수의 과다, 채무가 발생하게 된 경위,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인지 등 당해 사안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정도, 상대방이 채무에 관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등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라. 혼인취소사유가 불인정되어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나요?
일단 혼인이 성립되어 지속된 이상, 부부공동체로서 의미 있는 혼인생활을 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을 만큼 단기간에 파탄되거나 당초부터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그로 인하여 혼인의 파국을 초래하였다고 인정되는 등 신의칙 내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혼인 불성립에 준하여 처리함이 타당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방 당사자는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외에 결혼식 등 혼인 생활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 또는 예물·예단 등의 반환을 구하거나 그 상당액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습니다.
핵심 정리
- 더욱이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 아래에서 유효한 혼인의 합의가 이루어져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률상의 혼인이 성립되면 부부공동체로서의 동거·부양·협조 관계가 형성되고 그 혼인관계의 해소는 민법에서 정한 이혼 절차에 따라야 하므로 쉽게 그 실체를 부정하여 혼인 불성립에 준하여 법률관계를 처리하여서는 안됩니다. 결국, 사연자의 경우에는 이혼시 재산분할 절차를 통하여 기여도를 다투어 재산을 나누어가지게 되는 것일 뿐, 원상회복을 구하면서 투입한 금원 전부를 되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