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연 내용
저는 연년생 아이 셋을 키우는 가정주부입니다. 저는 근무지 이동이 잦은 남편을 따라 여러번 이사를 다니며 남편을 내조하였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우리 부부 같이 서로 아껴주고 도와주면 애를 다섯이라도 키우겠다고 말할 정도로 저희는 잉꼬부부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남편이 부쩍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주말에도 잔업이 있다며 회사에 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 전에는 할 일이 있어도 시간을 쪼개 어떻게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던 남편이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남편은 직장 동료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배신감이 컸지만,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렸고, 그 동안 남편이 보여준 가정에 대한 헌신만은 진심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번 용서하고 넘어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남편과 그 여자도 너무 잘못했다고 저한테 빌며 원하는 대로 각서라도 작성해주겠다고 했습지다. 그래서 저는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 두 사람이 다시 한번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밖에서 만나면, 연락이나 만남 1회당 1,000만 원의 위약금을 저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작성했고, 두 사람은 여기에 서명했습니다.
이후 저도 남편도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 정도 지났는데, 점점 남편의 귀가시간이 또 늦어지고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저는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남편을 불러 무엇이 문제인지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는데, 남편은 그 여자를 못 잊겠다, 그 여자와 도저히 못 헤어지겠다면서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알고보니 두 사람은 각서를 작성한 이후로도 거의 매일 연락하고 있었고, 카톡을 일상적으로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너무 화가 나는데, 어린 자녀 셋을 생각하니 도저히 이혼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상간녀에 대해서는 제대로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제가 두 사람이 연락한 횟수를 세어보니 최소 1,500번은 되더라고요. 각서대로라면 저는 150억 원을 청구할 수 있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1) 사적으로 작성한 위약금 지불각서도 효력이 있나요?
1) 네 물론입니다. 사연자분께서 남편, 상간자와 같이 작성한 위약금 지불각서도 일종의 사인간 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민법의 대원칙 중 하나가 ‘계약자유의 원칙’인데요, 의사능력이 있는 사인 간에는 얼마든지 자유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2) 다만, 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강요나 협박을 했다거나, 계약서의 내용이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하는 등의 법률상 하자가 있다면 계약을 취소하거나 무효로 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2) 사연과 같은 각서를 작성하는 경우, 위약금 액수는 무한대로 적어도 되는 것인지?
1) 위약금 액수를 정할 때에도 앞서 설명해드린 것과 같은 계약자유의 원칙, 그리고 그 예외를 고려하셔야 합니다.
2) 즉, 원칙적으로 위약금 액수는 합의만 되면 자유롭게 정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생각하였을 때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위약금 액수가 큰 경우, 예를 들어 연락 한 번 할때마다 1억원을 지급한다고 정하게 되면 상식적이지 않겠죠. 이러한 경우는 합의 자체의 효력이 무효화 될 수도 있겠죠.
3) 사연자 분의 경우 연락 1회당 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정했는데요, 이 정도 금액이라면 제반 사정을 고려하였을 때 계약이 무효가 될 정도의 무리한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진행했던 사건 중에 상간자와 배우자가 다시 사적으로 연락하거나 만나면 연락이나 만남 1회당 7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각서를 작성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때 700만 원 이라는 위약금 액수를 상간자가 자신의 월급과 동일한 액수로 먼저 제시를 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각서가 유효하다고 판단되었고, 각서에 따른 위약금으로 1억 원을 청구했을 때 전부 받아들여졌습니다.
(3) 각서가 효력이 있다고 한다면, 사연자 분은 상간자에게 150억 원 이상을 청구할 수가 있는 상황. 이 돈을 다 받을 수 있는지?
1)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진 않습니다. 각서의 효력이 유효하다고 해서 그에 따른 위약금 청구가 무조건 다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민법은 위약금, 정확하게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부당하게 과다한지의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판단이 될 것입니다.
2) 그런데 우리 사연의 경우, 각서의 문구 그대로 연락이나 만남 1회당 1,000만 원으로 하여 청구금액을 계산하면 150억 원 이상이 됩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나치게 과다하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 일반적인 부정행위의 경우 위자료가 3,000 ~ 5,000만 원 정도 인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합니다. 따라서 사연자 분께서 상간자에게 150억 원의 위약금을 청구한다 해도 이 중 일부만 인정이 될 것 같습니다. 넉넉하게 보아도 1억 원 정도 범위 내에서 인정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그리고 현실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는 것은 법원에 소장을 낼 때 청구금액에 비례하여 ‘인지액’ 또한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1억 원 청구시 대략 45만원 정도의 인지대를 법원에 납부해야 하는데, 150억원을 청구한다면 인지대만 6,750만 원입니다. 또 한가지는 소송비용 분담입니다. 판결을 할 때 원, 피고가 소송비용을 각 얼마만큼 부담할지도 판사님이 정하게 되는데요, 청구금에 비해 인용된 금액이 적으면 원고가 소송비용을 더 많이 분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즉, 피고가 사용한 소송비용 일부를 물어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4) 상간자와 위약금 지불각서를 작성하는 경우, 주의할 점을 정리해 주신다면?
1) 네. 먼저, 강요와 협박이 아닌 자유로운 의사에 기해, 즉 합의하에 각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러한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합의서를 작성하는 상황을 녹음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핵심 정리
- 2) 위약금 액수를 현실적으로 약정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지나치게 과다한 금액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자칫 합의 자체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고, 합의가 유효하다 하더라도, 나중에 청구금액이 대폭 감액될 여지가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