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연 내용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내용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2025.4월 신고운 변호사 출연)
저는 남편과 1990년에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벌써 혼인기간이 35년이나 되었네요. 아들만 셋을 두었는데, 모두 다 자라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세무공무원으로 퇴직을 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혼인 전에는 건축회사의 경리로 일을 하다가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퇴사를 하고 줄곧 가정주부로 살았습니다. 저의 지난 35년은 눈물 없이는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남편과는 처음부터 성격차이가 심했고, 남편은 의처증도 있어서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제대로 집 밖에 나가본 적도 없습니다. 여자친구들을 만나도 남자를 만나고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하여 화를 냈구요. 술만 마시면 제가 화냥년이라는 둥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을 하고, 온 집안의 물건을 다 때려부수고 그렇게 주사를 부립니다. 이혼을 생각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지요. 자녀들이 다 자라서 결혼식을 하고 그렇게 마음에 남는 것 하나도 없게 되면 그 때 이혼을 하자고 매번 꾹 참았어요. 결혼식인데, 양가 부모님 자리에 저희 아이만 양친이 없으면 안되잖아요. 저랑 이혼하고 나면 자식들한테도 ‘진짜 내 씨가 맞는지 모르겠다’면서 연을 끊자고 할 사람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남편이 집에 녹음기를 설치한 것을 알게 됐어요. 대체 어느 방에서 뭘 녹음했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작게 숨소리가 나거든요. 그걸 가지고서는 제가 다른 남자랑 성관계를 하는 소리라고 우기는 겁니다.
이 양반이 노망이 났나 했습니다. 그걸 온 가족 채팅방에 뿌리고 저를 모욕하는데, 더이상은 견딜 수가 없어서 이혼을 하고 싶습니다.
가. 의처증이 이혼사유가 되나요? - 민법 제840조 제3호(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사연자분의 남편은 본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사연자분이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을 하는 의처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의처증으로 인해서 폭언을 하거나, 집안의 물건을 부수는 폭력적인 행위를 하고 술도 많이 드시는 것 같아요. 주사를 좀 심하게 부리시는 것 같습니다. 그 때마다 사연자분은 술 취한 사람을 데리고 제대로 대화가 가능한 것도 아니고, 술김에 한다는 입에 담지도 못한 폭언을 들으시면서 많이 힘이 드셨을 것 같아요. 사실 이런 것들이 너무 오랜기간동안 자주 반복이 되면, 사연자분에게 혼인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한 일이 되어버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남편분이 몰래 집에 녹음기를 설치하고 자는 숨소리를 녹음한 뒤에 다른 남자랑 성관계할 때 나는 숨소리라고 하면서 또 억지주장을 부리고, 이걸 가족들한테까지 다 유포를 했다는 거잖아요. 사실 상대방의 의처증 증세가 이 정도까지 악화 되었다면, 부부간에 전혀 신뢰가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두 분의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도 있겠습니다. 또, 우리 민법에서는 재판상 이혼원인으로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를 정하고 있으므로, 사연자분의 경우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을 하시면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 제가 남편을 형사 고소할 수는 없나요?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하고 있습니다(제3조 제1항). ‘대화’라는 것은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킵니다.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은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겠죠.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하는 말이 아니라, 단순한 비명소리나 탄식같은 것은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 판결).
사연자분의 남편은 사연자분이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소리라고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한데, 그냥 사연자분의 숨소리만이 녹음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숨소리의 경우에는 한 사람의 숨소리던 두 사람의 숨소리던 그 자체로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므로 대화가 아닙니다. 그래서 남편분이 녹음기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는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녹음기를 상시 설치를 해두었다면, 그 중에는 사연자분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녹음파일도 분명 존재하겠죠. 숨소리 녹음파일 말고, 대화가 녹음된 파일을 찾으셔서 고소를 하시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습니다.
다. 그럼 남편이 가족 단톡방에 제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소리라고 녹음파일을 올리고 퍼뜨린 건요? -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
남편분이 가족들이 다 같이 있는 단톡방에 사연자분이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했다’ 라는 취지로 이제 그 숨소리 녹음파일을 올린 거잖아요. 녹음파일을 올리면서 가족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 같아요. 가족들이 이걸 녹음파일을 듣고 ‘그냥 숨소리가 작게 들리는 것 같기는 한데, 그냥 잠을 자면서 내는 소리같다’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자체로 남편분의 말을 신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대단히 높습니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거든요(형법 제307조 제2항, 5년 이하의 징역/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의견의 표명이나 가치판단이 아니라 사실을 표현하여야 하고, 사실표현이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말합니다. 숨소리 녹음파일만으로는 부족할 수가 있구요. 이에 더해서 남편분이 ‘모월 모일에 아내가 상간남 누구와 집에 들어오는 걸 내가 직접 확인을 했고, 1시간 정도 집에 있다가 그 남자가 다시 집에서 나가더라. 나중에 방에 설치된 녹음기를 들어보니, 숨소리가 났다. 둘이 성관계를 한 것이 분명하다’ 뭐 이렇게 글을 함께 올렸다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라. 명예훼손죄의 공연성을 충족하는지
그러고 다른 요건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허위사실을 퍼뜨려야되는데, 그걸 ‘공연히’ 그러니까 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알게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퍼뜨려야만 형법상 죄가 되는 것입니다.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유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이 다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자신이 들은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 ‘공연성’을 충족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이 됩니다. 그런데 이게 가족단톡방이다 보니까, 다수인에게 퍼뜨리기는 하였는데 가족들이 남편말을 듣고 나서도 녹음파일의 내용이 도저히 성관계로 인한 숨소리로 들리지가 않았고, 평소 남편에게 의처증이 있다는 것을 다들 잘 알고 있었다면, 남편 말을 신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을 수가 있습니다.
핵심 정리
- 그리고 가족의 일이기 때문에 어디가서 ‘우리 며느리가’, ‘우리 엄마가’, ‘우리 올케가 집에서 다른 남자랑 성관계를 했다더라’ 하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이 진짜인지 녹음파일만으로는 알기 어렵기도 하고, 설사 그런 일이 진짜 있었다고 하더라도 쉬쉬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전파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본다면 명예훼손의 요건사실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 어렵죠. 형사사법은 사인간에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이를 단죄하고 신체를 구속하거나 사유재산에 관하여 벌금을 내라고 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내릴 수 있는 판단이기 때문에, 형법 조문의 내용을 대단히 엄격하게 적용을 하게 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셔서 고소 여부를 결정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