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연 내용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내용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2025.4월 신고운 변호사 출연)
저는 결혼한 지 8년이 되었고, 자녀는 없습니다. 저는 간호사로 이직이나 재취직이 비교적 쉬운 직종이었습니다. 반면에 남편은 지방직 공무원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둘 다 결혼하기 전부터 자녀를 낳지 않는 딩크족으로 살자고 합의를 하였고, 양가 부모님께서도 남편이 5형제 중 막내여서 그런지 크게 문제를 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편은 ‘정말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냐’면서 저를 압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하자, 처음에는 설득하려고 들다가 나중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저에게 무관심해졌습니다.
저는 아이가 없더라도 남편과 함께 평생을 오순도순 안정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고,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점차 집에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친구들과의 외식이나 술자리를 우선시하며 가정을 소홀히 하였습니다. 남편은 점차 저와 부부관계도 갖지 않게 되었고, 3년 전부터는 각방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부부상담을 받아보자면서 남편과의 대화를 꾸준히 시도했습니다. 남편은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라"며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남편이 계속 식탁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실실 웃고, 안입던 옷을 찾아입고선 거울 앞에서 한참을 매무새를 다듬는 모습을 보고 바람이 난 건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과거에 사용하던 휴대폰 공기계를 가지고 음악을 듣는다고 하면서 자주 사용을 하였는데, 다시 그 휴대폰을 개통하여 그걸로 여자랑 연락을 하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자는 사이에 공기계를 들여다보았는데, 메신저 어플은 비밀번호가 걸려있어서 접속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첩 안에 모르는 여성과 다정하게 손을 잡고 볼을 맞댄 채 커플셀카를 찍은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사진첩에는 남편이 상간녀를 위하여 주문한 것으로 보이는 명품가방의 주문내역서와 영수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주고받은 메시지를 캡처해둔 것도 있었는데, 거기에는 상간녀가 임신을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기어코 자식을 보고자 바람을 피웠다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어 치가 떨렸습니다. 외도 상대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메시지는 눈물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단 한시도 남편과 같이 있고 싶지 않은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 자녀를 가지지 않겠다고 한 것이 이혼사유가 되는지
사연자분이 남편의 부정행위로 이혼청구를 하면, 상대방도 사연자분에게 이혼사유가 있다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결혼의 본질이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여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임, 성기능 장애, 무정자등 등의 성적 결함 자체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결혼 전 아내가 불임수술을 받은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더라도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서울가정법원 2009드단112360). 사연자분과 남편은 혼인 당시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것에 의사의 합치를 이룬 것으로 보이고, 혼인생활 중에 남편 쪽에서 의견을 번복하여 갑자기 아이를 가지자고 하면서 갈등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으로 인하여 부부관계가 파탄에까지 이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남편분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아내에게 상심하여 점차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게 됐으므로, 남편의 잘못이 큽니다. 사연자분은 끝까지 남편분과 부부상담을 받아보자고 설득하는 등 노력을 하셨거든요. 그렇다면, 단지 사연자분이 자녀를 가지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두고 이혼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나.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 청구
민법 제840조는 재판상 이혼원인을 정하고 있는데요. 이 중 제1호가 ‘배우자에게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입니다. ‘부정행위’란 혼인한 이후에 부부 일방이 자유로운 의사로 부부의 정조의무, 성적 순결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반드시 성관계만을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사연자의 남편분은 다른 여성과 교제를 하면서 성관계를 하여 그 여성을 임신까지 시킨 것인데요. 이 경우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 남편이 3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었으니까, 부정행위가 아니라고 하는데 어쩌죠?
사연자의 남편분은 부정행위가 되려면, 부부간의 정조의무, 성적순결의무를 위반하여야 되는데, 사실상 쇼윈도 부부로 살면서 각방을 쓴지 3년이나 되었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정조의무나 성적순결의무를 강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이런 주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건 남편분만의 생각이신 것 같네요. 사연자분은 각방을 쓴다고 해서 남편에게 자유롭게 여자를 만나도 되고, 성관계를 해도 되고, 아이까지 만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해주거나 동의한 적이 없으시잖아요. 그리고 부부관계를 회복하려고 같이 상담까지 받아보자고 계속 노력을 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연자분의 경우에는 부부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른 이후여서 서로에게 정조의무를 강제할 수 없다거나, 정조의무를 지키지 않기로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서 남편분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라. 상간녀가 자기는 유부남인 사실을 몰랐다면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데 어쩌죠?
상간녀의 행위가 사연자분에게 불법행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상간녀가 상대방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교제관계로 나아가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하여 사연자분의 부부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려는 고의가 존재하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상간녀의 주장대로 남편에게 속아서 유부남인 줄 전혀 모르고 만났고,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사귀다가 덜컥 혼전 임신까지 하게 된 것이 맞다면, 상간녀에게는 사연자분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하여야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상간녀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잘 알아보려고 하였다면, 상대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존재한다면, 상간녀가 지나치게 부주의하였기 때문에 그것이 잘못이라는 취지로 불법행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 남편이 저를 비밀침해죄로 고소한다고 하는데, 제가 잘못한 게 맞나요?
우리 형법 제316조 제1항은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개봉하거나 기술적 수단으로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연자분의 남편이 사용하던 공기계에 비밀번호가 걸려있었다면, 그 비밀번호를 알아내서 공기계를 열어보는 행위는 위법합니다. 만약, 남편이 과거에 비밀번호를 알려주었고, 일상적으로 서로간에 비밀번호를 공유한 경우했었다면 억울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비밀번호를 알려준 취지나 목적에는 자신이 숨기고자 하는 상간녀와의 대화, 사진 등을 보아도 된다는 허락까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밖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에도 유사한 취지의 조항이 있습니다. 정통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 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고 있는데요. 사연자분의 경우에는 정보통신망을 사용하는 메신저 어플에는 비밀번호가 걸려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고, 공기계 자체 메모리를 사용하는 사진첩에서 모든 부정행위 자료를 확보하게 되신 것이기 때문에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