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연 내용
30년 전 외도 후 가출한 유책배우자, 이제 와서 이혼 청구 가능할까? 오래전 잘못을 저지르고 수십 년간 별거한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특히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예외 사유와 과거 양육비 시효, 그리고 장기 별거 시 재산분할 기준시까지 실제 상담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외도한뒤 도망치듯 별거, 30년이 지난 현재
아내와는 40년 전에 회사 입사 동기로 처음 만났습니다. 아내의 고백으로 사내 연애를 시작했고 결혼까지 이어졌습니다. 맞벌이 부부로 지내면서 아이 셋을 낳았고 잘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남자는 결혼 7년 차쯤 되자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를 느꼈습니다. 자극적인 무언가를 갈망했고, 그 무렵 같은 회사 여직원과 가까워졌으며 결국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못 가 아내에게 들켰습니다.
아내는 크게 화를 내면서 회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알렸습니다. 그때라도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남자는 수치심과 당혹감에 사로잡혀서 사직서를 내고 그대로 집을 나와 버렸습니다. 그렇게 3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그저 도망치듯 살아왔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가족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고, 아내나 자식들 역시 남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남자의 나이 일흔을 바라봅니다. 이제 지난 과오를 바로잡고 노년을 위해 이 혼인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아내의 연락처를 구했고 협의이혼을 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아내의 목소리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이제 와서 당신 편하자고 이혼을 해줘야 하나.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 이혼은 절대 안 해." 남자는 수십 년이 흘렀으니 아내의 원망도 무뎌졌을 줄 알았습니다. 이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우리 법의 입장은?
이혼 법제의 유형에는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있습니다. 유책주의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이며, 파탄주의는 누구의 잘못이든 상관없이 혼인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이혼을 허용하자는 원칙입니다.
우리 민법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며,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N씨가 외도를 한 데다가 가출까지 했기 때문에 이혼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우리 법은 원칙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판례는 예외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
판례는 재판상 이혼 원인에 관한 민법 제840조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며, 민법 제840조 제6호의 이혼 사유에 관하여도 혼인생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사유로 하여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합니다. 그러나 이혼 청구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되는 경우 등 혼인 파탄의 책임이 반드시 이혼 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그러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판시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상대방에 대한 보호나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아니면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서 정신적인 고통이 무뎌졌다고 하는 경우에 가능합니다. 또한 판례는 이혼 청구 상대방이 그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도 판시하였습니다.
오기나 보복적 감정, 누구 좋으라고 내가 이혼해 주냐는 식의 태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사연에서는 남자가 먼저 귀책 사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내도 30년이 넘는 생활 동안 남편에게 연락을 하거나 해서 혼인 회복의 의지나 혼인 계속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세월의 경과에 따라서 현재 남자의 유책성과 아내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약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 또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아내가 단지 남자에게 오기 또는 보복적 감정으로 인해 이혼에 응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이므로 남자의 이혼 청구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30년 지난 과거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을까
남자는 집을 나온뒤 지난 30년간 양육비를 주지 않았는데, 이혼 청구하면 상대방이 지금이라도 과거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과거 양육비의 경우 종전의 판례에서는 자녀가 성인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 청구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하여 시간이 얼마나 경과되었든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법원 판례의 태도가 양육비에 대해서 정한 게 없다면 시효는 뭔가 정해야지 진행이 되는데, 정한 게 없으면 시효도 진행이 안 되니까 과거 양육비는 시간이 얼마나 지나도 청구할 수 있다는 태도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2024년 7월경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자녀가 성인이 돼 양육 의무가 종료되면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친족법상 신분으로부터 독립해 처분이 가능한 완전한 재산권이 된다고 할 수 있어서 더 이상 양육 의무의 이행을 구할 권리의 성질이 드러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권리의 소멸시효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을 변경하였습니다.
이제는 자녀가 성인이 된 시점에서 10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도과하여서 더 이상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남자는 별거한 지 이미 30년이 넘었기 때문에 자녀들이 전부 성인이 된 시점에서 10년 이상이 경과했으므로 더 이상 아내가 남자에게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30년 별거 시 재산분할 기준시는 언제인가
이혼 소송을 하게 되면 재산분할을 하는데, 30년간 별거를 했다면 재산분할의 기준은 30년 전 별거 할 때일까요, 아니면 지금을 기준으로 하는 걸까요? 원칙적으로 재산분할을 하게 된다면 혼인 파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당시에 가졌던 재산의 목록과 가액을 기준으로 하게 됩니다. 혼인 파탄 시점은 일반적으로는 이혼 소송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하지만, 남자의 사연과 같이 별거 기간이 너무 긴 경우에는 별거 시점을 혼인 파탄 시점으로 하기도 합니다.
핵심 정리
- 따라서 만약 두 분이 재산분할을 하게 된다면 원칙적으로는 30년 전 기준으로 재산분할을 하게 됩니다. 다만 30년간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그 부분도 재산분할에서 고려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처럼 오래전 잘못을 저지르고 수십 년간 별거한 유책배우자도 예외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세월의 경과로 유책성이 약화되었고 상대방도 혼인 회복 의사가 없다면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가능합니다. 과거 양육비는 2024년 판례 변경으로 자녀 성인 후 10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되며, 장기 별거의 경우 재산분할 기준시는 별거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법적 대응을 준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